마음 공부

부모님의 싫은 모습과 닮아가는 것 같을 때

윤페퍼 2021. 4. 13. 06:49

부모님의 싫은 모습과 닮아가는 것 같다면.

부모님의 싫은 모습과 닮아가는 것 같을 때.

 

 

흔히들 보고 배운 것이 무섭다고, 부모의 좋지 않은 모습을 보고 자란 자식들도, 부모와 똑같이 자란다고 이야기합니다.

저와 오빠가 어릴 때, 아빠는 굉장히 다혈질에 폭력적이었고, 술에 취하면 심한 욕설과 함께 엄마에게 손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오빠와 저는 그런 아빠가 너무 무서웠고, 지금도 일종의 트라우마처럼 남아있습니다.

 

최근에 오빠가 이런 이야길 했습니다.

예전 여자 친구와 동거를 할 때, 술을 먹고 싸우게 됐는데, 싸움이 격해지자 여자 친구에게 욕을 하고, 위협을 가하는 자기 모습에서 그토록 싫어했던 아빠의 모습이 보였다고 합니다.

스스로도 충격을 많이 받아서 이다음에도 결혼을 하지 말아야겠다는 말을 했었습니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유전적 성향과, 어린 시절 내내 자신도 모르게, 잠재의식 속에서 보고, 듣고, 학습한 효과가 아닐까 합니다.

 

그럼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내가 그토록 싫어했던 부모의 모습으로 살아갈 수 밖에 없을까요?

 

 

 

 

다른 예를 하나 더 들자면, 저희 엄마는 제가 어릴때 부터 알코올 의존증이 굉장히 심했습니다.

술을 거의 매일 먹기도 했지만, 더 큰 문제는 술에 취하면 울거나, 화를 내거나, 또는 폭력적이게 변했고, 주변 사람들을 괴롭혔습니다.

저는 그 모습이 너무 싫었고, 어린 시절 내내 벗어나고 싶어 했어요.

 

그런데 언젠가부터 저도 술에 취하면 친구에게 시비를 걸거나 싸움을 걸고, 폭력적이게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평소에는 전혀 그런 사람이 아닌데, 술에 취하면 그동안 억눌러 왔는 감정들이 폭발하는 것처럼 다른 사람으로 변했습니다.

 

한 번은 술에 취해서, 당시 가장 친하고, 좋아했던 친구의 머리채를 잡고 심하게 싸웠던 기억이 납니다.

그다음 날 술이 깨고 났는데도, 그 친구와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싸웠던 기억이 생생했습니다.

너무 창피하고, 미안해서 친구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했지만, 자괴감이 많이 들었어요.

그토록 싫어했던 엄마의 술 취한 모습과 내가 똑같이 행동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그때부터는 술을 먹더라도, 너무 취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원래는 한 번 술을 입에대면 끝까지, 만취할 때까지 먹는 버릇이 있었는데, 그걸 바꾸려고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아쉬울 때 끝내는 법을 익혔어요.

그리고 술을 먹을때에 계속 이것을 의식하고 있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이렇게 한 번, 두 번, 반복하다 보니까 이제는 술을 절제할 수 있는 습관이 길러졌고,

지금은 아예 만취할 때까지 먹지도 않습니다.

술에 취했을 때 나오는 잠재의식까지 통제하긴 어려우니, 아예 음주 습관을 바꿔버린 거죠.

 

 

 

이렇게 저희 남매만 보더라도 확실히 부모는 자식의 거울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고, 정말로 간절히 바뀌고 싶다면, 바꿀 수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저희 오빠처럼 "나는 우리 아빠를 보고 배워서, 내 무의식 속에 폭력성이 내재돼 있어. 그래서 아내에게 폭력을 가할 수 도 있으니까 결혼은 다시 생각해봐야겠어. "라고 극단적으로 생각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의식적으로 변하려는 노력만 한다면, 우리는 우리의 부모님과 다르게 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다고,

희망 잃지 말라고 말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