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공부

우울증 극복 경험담, 12가지 현실적인 방법.

윤페퍼 2021. 4. 12. 09:43

 약 4년 전쯤, 엄마가 갑자기 돌아가시면서 우울증이 생겼었다.

내 삶은 더 나아질 것 같지 않았고, 행복한 미래를 꿈꿀 수가 없었다. 

술로 잠을 청하는 날들이 많았고, 정서적으로 불안하니 신체도 점점 망가졌다.

몸이 아프기 시작하자 이대로는 안될 것 같단 생각이 들면서, 다시 인간답게 살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우울증을 극복했고, 어쩌다가 한 번씩 우울감과 무력감이 찾아오기도 하지만,

전처럼 오래가지 않고 금세 사라진다. 

나처럼 우울과 무력감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위해서 적어보는 나의 우울증 극복 경험담.

 

 

1. 금주

 

 

 원래 술자리를 좋아하고, 술을 자주 먹는 사람이었다. 엄마가 돌아가시면서, 우울증이 생기자 술을 마시면 더 우울해졌고, 좋지 않은 생각들을 끊임없이 했다. 

다음 날이 되면 심한 숙취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누워서 하루를 날리는 날이 많았다. 그러면 스스로가 한심해서 더 우울해졌다.

이런 악순환을 수없이 반복하자 마음이 많이 괴로웠다. 술로 잠깐의 힘들고 우울한 감정을 덮어버리는 건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본질적인 해결법을 찾고자 술을 끊었다.

6개월 정도는 술자리에 부르는 친구들도 많았다. 어렵지만 전부 거절했다. 1년이 넘어가자 친구들도 더이상더 이상 술자리에 부르지 않았고, 나도 의도적으로 참지 않아도, 더 이상 술이 생각나지 않았다. 

술은 감정의 기폭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좋은 기분으로 먹는 다면 더 행복하게 만들어 주지만, 우울한 상태로 마신다면 극도로 부정적인 상황까지 끌고 간다.
실제로 위험한 선택을 하게 되는 것도 만취상태일 때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우울증을 겪고 있는 사람이라면 반듯이 금주가 필요하다. 나는 금주를 함으로 우울의 빈도가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2. 생산적인 일 "TO DO LIST"

 

 

 뭐가 됐든 생산적인 일을 하는 것은 중요하다.

오늘의 TO DO 리스트를 작성하고, 하나씩 지워나가는 일은, 내가 오늘 하루를 알차고 의미 있게 잘 썼다는 증표가 되어준다. 이것만 꾸준히 잘 해내도 성취감과 자신감을 높여준다. 그리고 그것들은 좋은 기분을 유지시켜 준다.

생산적인 일이라고 해서 꼭 대단한 일이 아니어도 좋다.  설거지 하기, 청소기 밀기, 블로그에 글 쓰기, 산책하기, 운동하기와 같은 일상의 작은 일들도 의미가 있는 일이라면 충분하다. 

 

 

3. 나를 위한 요리

 

 

 우울감이 극도로 심했을 때는, 밥을 잘 챙겨 먹지 않았다. 그보다 조금 나아졌을 때는 라면 같은 인스턴트나, 배달 음식을 시켜 먹었다. 말 그대로 그냥 대충 때웠다. 그러다 보니 건강도 더 나빠졌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배달 음식을 줄이고, 하루에 한 끼는 요리를 했다. 건강에 좋은 신선한 식재료로 만들어 먹는 식사는 내가 나를 챙기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우울증 극복에 있어서 스스로를 챙겨주고, 귀하게 여기는 마인드는 그 어떤 것보다도 중요하다.

그리고 실제로 신체의 건강은 정신건강과도 직결되는 부분이니 내 몸을 소홀히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4. 기분에 영향을 미치는 장기

 

 

 우리의 신체 중에서 정신 건강과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는 장기는 어디 일까?

바로 장이다. 장은 뇌 이외에 기분에 관련된 호르몬을 분비하는 내분비 세포를 갖고 있는 유일한 장기다.

행복을 주관하는 세로토닌의 90%와 도파민의 70%가량이 장내 분비 세포에서 분비된다.

장이 건강하지 못하면 세로토닌, 도파민의 분비량이 줄어 우울증이 발생할 수 있다.

변비 혹은 과민성 대장증후군의 환자에게서 우울증, 불면증의 발생률이 일반인보다 높다고 한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장이 건강해야 한다. 나는 장 건강을 위해 유산균을 챙겨 먹었고, 좀 더 걸었다.

그리고 앞서 얘기했던 금주와 배달 음식을 줄이고 건강식을 차려먹는 일들도 장 건강에 도움이 되었다.

 

 

 

5. 우울은 수용성

 

 

 어디선가 우울은 수용성이라 물에 잘 씻긴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누군가는 터무니없는 말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나는 이 말을 좋아한다. 왜냐, 실제로 샤워를 하거나 목욕을 하면 우울이 씻겨나가는 듯한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집에 욕조가 있다면 샤워보다는 무조건 목욕을 추천한다. 입욕제가 있다면 더 좋지만, 없다 해도 뜨끈한 물만으로 충분하다. 반신욕을 20분 정도 하고 나면 몸도 마음도 리프레쉬되면서 빠르게 기분전환이 된다.

목욕이 어렵다면 샤워도 괜찮다. 그러고 나서 향기가 좋은 바디로션을 바르고 잠자리에 들면 좀 더 질 좋은 숙면을 취할 수 있다.

 

 

 

6. 비타민 d와 기분의 상관관계

 

 

 우리 몸에 비타민 d가 부족하면 쉽게 우울해진다는 사실을 들은 적이 있다.

비타민d는 햇볕을 많이 쐬어야 흡수가 되는데, 맨살을 드러내 놓고 해를 받아야 효과가 있다. 현대 사람들은 낮에 야외활동을 잘하지 않기 때문에 보통 비타민d가 부족하다. 그래서 더 우울한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 같기도 하다.

가장 좋은 방법은 한낮의 해를 받으며 산책을 하거나 야외 운동을 하는 일이지만, 어렵다면 비타민d를 따로 섭취해주는 것도 방법이다.

 

 

 

7. 심신의 평화를 가져다주는 명상

 

 

 명상은 심신의 평화와 안정을 찾아준다.
처음에는 혼자 하기 어려우니 유튜브를 통해서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내 호흡에 집중하며 릴랙스 하는 것만으로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8. 움직이는 것은 낙원이 될 수 없다.

 

 

 타인에게서 받은 위안은 영원하지 않다. 오히려 더 지독한 공허함만을 남길뿐이었다. 외부에서 받는 위로는 일시적일 뿐, 내가 나를 더 들여다보고, 내면을 채우는 것이야 말로 근본적인 우울증의 치료법이다.

그리고 타인의 관심과 위로를 갈망하면 할수록 더 서운해지고, 쉽게 상처 받게 된다. 이 때문에 관계를 망쳐 버릴 수 있다.

 

 

9. 빠르게 생각에서 벗어나는 법.

 

 

 괜찮다가도 일순간 우울한 감정이 들 때가 있다.
보통 좋지 않은 생각들이 물밀듯 뇌 속을 밀고 들어올 때가 그렇다. 그럴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생각을 멈추는 것이다. 생각을 멈춘다는 것은 말은 쉬워 보이지만 실제로 그것을 통제하는 일은 쉽지가 않다.

그럴 때는 그냥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면 된다. 만약 누워있다가 좋지 않은 생각이 들었다면 바로 일어나서 부엌으로 가 설거지를 한다던가, 편의점에 다녀온다던가 하는 것들이 많이 도움이 된다.

생각은 머리로 하지만, 멈추는 일은 몸이 한다. 

 

 

 

10.  반려동물.

 

 

 우울증이 한참 심했을 때, 술에 취해서 새벽에 아빠에게 죽고 싶다는 문자를 남겼던 적이 있었다. 그러고 며칠 뒤 대상포진에 걸려서 일주일간 입원을 했다.
내가 심히 걱정됐던 아빠는 강아지를 한 마리 입양해서 내 집으로 보내줬다. 강아지를 잘 키울 자신이 없었던 나는 처음엔 거절했었는데, 키우다 못 키울 것 같으면 아빠가 데려가겠다고 해서 맡아보기로 했었다.

그때가 벌써 4년 전이니까, 우리 강아지가 얼마 뒤 5살을 앞두고 있다. 

 우울증에는 머리든 몸이든 많이 사용하는 일, 어떤 것에 몰두하는 것이 좋은데, 새끼 강아지를 데려와서 반년에서 1년 정도는 정말 정신없이 보냈다.
그리고 강아지 밥을 챙겨주기 위해 무기력한 몸을 억지로라도 일으켜야 했고, 1일 1 산책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지라 귀찮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에도 산책을 나갔다.

막상 나가서 공원을 걷고, 꽃을 보고, 나무를 보고, 새소리를 듣고, 따가운 햇볕도 한껏 쐬다가 들어오면 기분이 한결 좋아져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점차 웃을 일도 많아졌고, 이제는 그 어떤 것 보다도 내게 위로와, 응원과 힘이 되어 주는 존재가 되었다. 

 

 우리 강아지는 푸들인데, 푸들은 사람과의 교감능력이 뛰어나서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키우기 좋은 견종으로 자주 소개되곤 한다.
예전에 들었던 일화로 우울증이 심해서 푸들을 키우게 된 젊은 여자가, 강아지에게 치유를 받고 다시 건강해지자 다시 사회생활도 적극적으로 하게 되었고, 점차 외부활동도 많아졌다. 때문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진 강아지는 예전 주인의 모습처럼 우울하게 변해갔다는 이야기였다. 이 이야기를 듣고 주인의 우울을 반려견이 가져간 것 같아서 너무 마음이 아팠다.

나도 반려견을 키우면서 많이 건강해졌고, 우울증도 나아졌지만, 항상 이 이야기를 잊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서 건강해진 지금도 최대한 반려견과의 시간을 유지하고, 외부활동은 꼭 필요할 때만 하는 등 반려견을 배반하지 않으려고 애쓴다.

 

 그래서 사실 이 부분은 말하기가 조심스럽다. 자칫 반려견이 우울증 극복, 정신 건강에 좋으니 반려견을 키워보세요!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일까 봐.

반려견도 우리와 같은 하나의 생명체이다. 우리가 아이를 키우고 싶다고 생각없이 입양하지 않는 것처럼, 반려견도 키우고 싶다고 덜컥 입양부터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충분히 생각해보고 내가 15년 이상을 책임질 수 있고, 일부 희생할 수 있을지도 객관적으로 생각해보고 결정해야 한다.

만약 자신이 없다면, 임시보호나 유기견 봉사활동도 추천한다. 꼭 함께 살지 않아도 동물과 교감을 하는 것만으로도 큰 행복을 느낄 수 있다.

 

 

 

11. 해소하기.

 

 

 사실 증세가 심각하다면 병원이나 상담기간을 통해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나의 경우는 용기가 없어서 병원 문턱에서 다시 돌아가기를 반복했었다. 그렇게 전문의의 도움을 받지 못했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약물치료와 상담치료를 받는 친구들이 많이 있다.

나의 경우는 전문기관 대신 주변의 가까운 지인들에게 털어놓는 것으로 일부 해소하기도 했고, 글을 쓰면서 우울한 감정을 털어내기도 했다.

누군가에게 솔직한 이야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많은 치유를 받는다. 

 

 

 

12. 현재를 살기.

 

 

 과거에 살면 불행하고, 미래에 살면 불안하다.
우울할 때 더 우울해지는 방법은 두려운 미래를 상상하거나, 돌아갈 수 없는 그리운 과거, 혹은 끔찍했던 과거를 놓지 못하는 것이다.

사람은 현재를 살아가야 행복할 수 있다. 마음이 자꾸 현재를 벗어나려고 하면 의식적으로, 지금 당장 처리해야 될 일, 오늘 먹을 점심과 저녁 메뉴, 이따 밥 먹을 때 볼 tv 프로그램 등 단순한 일들을 생각하려고 노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