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공부

영화 하와이언 레시피 - 캐피지롤, 양배추롤

윤페퍼 2021. 5. 8. 15:57

10여년 전, 일본 영화 특유의 영상미에 빠져있을 때, 영화 하와이언 레시피를 본적이 있다.

 


영화 속 비이 할머니는 젊은 남자 주인공 레오를 좋아하게 된다. 레오를 만나기 전 예쁜 원피스를 차려입고, 그의 여자친구를 질투하는 장면으로 그 마음이 연정 비슷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어릴 땐 이 영화가 불편했다. 어떻게 할머니가 젊은 남자에게 연심을 품을 수 있는지 이해가 안됐다. 그때는 할머니가 되면 하루 아침에 마음가짐도 할머니의 것으로 변하는 줄 알았다.

 

비이 할머니의 주방


그래서 서른이 넘은 나는 지금, 어른의 마음가짐을 갖게 되었을까? 그때의 내가 생각한 어른의 구간을, 이제 막 지나고 있는 지금, 여전히 난 그냥 미숙한 나 일뿐이다.

 

자주,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말하고 다녔지만, 정작 노인은 이럴거야. 라는 되게 구린 사회적 고정관념을 갖고 살았다는 걸 깨닫는다. 난 할머니가 되어도 그냥 나일텐데 말이야.

 

 


비이씨가 레오를 위해 만들었던 캐비지롤을 만들어 봤다.

돼지고기 다짐육에 다진 양파, 체다치즈, 소금, 후추를 넣고 잘 섞어 속을 만든다.

데친 양배추 잎에 속을 넣고 돌돌 말아준다.

 

팬에 버터를 녹이고, 양배추 롤을 굽는다.
우유와 생크림을 붓고 모자란 간을 더 해준뒤에 끓여 졸인다.

 

완성.

 

참 손이 많이 가고, 정성스런 요리다.


비이씨는 남편과 사별한 이후, 누군가에게 이토록 정성을 쏟아본 일이 있을까?
예쁜 옷을 차려입고 자신을 단장하는 일은 언제가 마지막 이었을까?

어쩌면 비이씨는, 예전처럼 무언가에 열정적일 수 있는 자신의 모습이 좋았을지도 모른다.(레오보다도)
할머니로서가 아닌 자기 자신으로서 살고 싶었던,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 남들보다 좀 더 순수한 사람이라는 걸, 이제 조금 알 것도 같다.